며칠 전, 강원도로 떠나기 전날 밤이었다. 창밖으로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걸 보며 “아, 내일은 꽤 쌀쌀하겠다” 싶어 두꺼운 후드티를 챙겨 넣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오래된 친구가 강릉에서 작은 카페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정한 거였다. “댕댕이랑 같이 와도 돼?”라고 묻자 “당연하지, 우리 집 마당에 풀밭도 있거든”이라는 답이 왔다. 그래, 이번 주말은 강원도의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우리 강아지 산책시키기 딱 좋은 기회였다.
## 시장 입구에서 마주친 바다 내음

강원도 자갈치 시장에 도착한 건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주차장이 협소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시장 바로 옆 공영주차장이 널찍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강아지 코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린내와 갯내음이 섞인 강원도 바다 냄새가 그녀를 흥분시켰는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주차장 바닥을 킁킁거렸다. “야, 여기 처음이지?” 하면서 목줄을 채워주는데, 그녀는 이미 길가의 돌틈에 난 풀냄새를 맡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장 안은 생각보다 좁고 사람이 많았다. 자갈치 시장 특유의 활기가 넘쳐서, 우리 강아지가 조금 긴장할까 싶어 잠시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다행히 입구 근처에 그늘진 벤치가 있어서 가방에 챙겨온 물그릇을 꺼내 물을 먹였다. 그녀가 목을 축이는 동안, 나는 시장 앞에 펼쳐진 동해 바다를 바라봤다. 파도가 잔잔하게 밀려오고, 멀리 낚싯배가 몇 척 떠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걸으면 해변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해변 산책, 그녀의 발이 닿은 모래알
시장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가까운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걷다 보니 작은 골목길 너머로 모래사장이 펼쳐졌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적했다. 우리 강아지는 모래사장에 발을 디디자마자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느긋한 성격인데, 바다를 보자 본능이 깨어난 것 같았다. 파도가 밀려오자 경계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다시 물가로 다가가 코로 파도를 찍어 보는 모습이 우스웠다. 그녀가 물가에서 작은 게 껍질을 발견하고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나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 위를 걸었다. 차가운 모래 알갱이가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기분이 참 좋았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강원도 해변은 대부분 반려견 출입이 가능하지만, 성수기나 특정 구역은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나는 이날 일부러 평일 오후를 골라서 사람도 적고 개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 주차는 해변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는데, 2시간에 2,000원 정도로 저렴했다.
## 마무리, 그리고 다음 약속

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우리 강아지는 뒷좌석에 올라가자마자 꼬리를 말고 골아떨어졌다. 아마 모래사장에서 뛰느라 지쳤나 보다. 나는 운전대를 잡으며 “다음엔 친구 카페에 가서 풀밭에서 뒹굴자”고 중얼거렸다. 강원도의 바다는 언제나 그렇듯 푸르렀고, 우리 강아지와 함께한 짧은 산책은 올봄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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